최근 북한의 ‘DMZ 지뢰도발’ 사건으로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다시 한 번 강력한 국방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북한이 준전시 체제를 발령하며 휴전선 인근에 각종 포병을 전진 배치하고, 비대칭 전력인 북한 잠수함의 70%가 기지에서 사라지자, 우리 군은 크게 긴장했다. 바꿔 이야기하자면 땅 위에서 움직이는 병력은 첨단과학 집합체인 인공위성과 식별능력이 우수한 고고도 정찰기로 감시할 수 있지만, 깊은 바닷속을 움직이는 잠수정은 최첨단 인공위성으로도 그 위치를 찾기가 어렵다는 약점을 노출하게 된 셈이다.

세계적으로 국방력이 강한 나라들은 대부분 과학·기술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나라들이다. 이미 미국이 그러하고, 최근 중국이 대일항쟁 전승 70주년 때 선보인 각종 첨단 신무기들도 예가 될 수 있다.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부흥하기 시작한 과학·기술과 경제력이 원동력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유럽에서도 독일과 프랑스가 그들의 첨단과학기술로 보유한 우수한 신무기체계를 자랑하고 있다.

1982년 4월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 영토분쟁 때, 아르헨티나의 해군력을 무기력하게 만든 무기가 프랑스산 엑조세 미사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무기는 바다 위를 1~2m 높이로 균일하게 날면서 상대방의 육상 레이더와 함정 레이더망을 피해 목표물을 타격한다. 영국군은 이 프랑스제 엑조세 미사일로 아르헨티나의 군함을 무력화시키고 해군력을 기지에 묶어놓는 데 성공했다. 엑조세 미사일의 비밀은 바로 물체가 수면 위를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며 날아가도록 하는 센서(Sensors)와 제어기술의 정밀함에 있다.

대학에는 이와 같은 공학기술을 토대로 첨단 국방무기 기술을 연구하는 학과는 많다. 예를 들자면 지능로봇이 경계근무를 서고, 적으로 판단되면 자동으로 사격을 가한다. 미국에서 개발된 한 지능로봇은 전투 중에 탄약과 같은 군수물자도 신속하게 운송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사실로 미뤄볼 때 한 나라의 강력한 국방력은 경제력, 과학기술의 발전과 비례함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이 분야에서 다소 우려스럽다.

대학에서는 다수의 젊은 세대가 순수과학과 공학기술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교양 교육에서 수학을 접은 공대생도 많다. 국가의 교육정책도 순수과학과 공학기술 분야를 소홀히 하는 듯하다. 모든 대학의 평가 잣대가 취업과 재학률에 치우치고 정부의 대학지원 정책도 여기에 편중해 교육환경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대학들도 더 많은 정부지원을 얻기 위해 취업 잘 되는 보건계열의 학과개편에 치중하고 있다. 취업과 재학률이 저조한 학과는 학문에 상관없이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되는 일이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물론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취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근시안적인 취업목표달성 정책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의 기초과학과 이공계 전 학문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정부가 전략적으로 국가 기틀을 마련한다는 안목에서 기초과학을 육성해야만 제2의 DMZ 지뢰 도발을 막을 수 있고, 불가피한 남북한의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우리의 과학·기술력으로 바닷속을 움직이는 북한의 잠수함을 좇을 수 있다.

/ 김경복 경복대 지능로봇과 교수

출처: 2015.09.29 경인일보
http://www.kyeongin.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004724